카테고리 없음

<올림픽> 셔틀콕의 승부사 김중수 감독

배드민턴김기석 2008. 8. 18. 01:16
<올림픽> 셔틀콕의 승부사 김중수 감독

(베이징=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 2008베이징올림픽이 계속된 17일 베이징 공과대학 체육관에서 벌어진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인도네시아 노바 위디안토-릴리아나조를 꺽고 금메달을 딴 이용대-이효정조가 시상식에서 금메달을 보여주고 있다.   zjin@yna.co.kr


(베이징=연합뉴스) 특별취재단 = 17일 밤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결승에서 이용대-이효정(이상 삼성전기) 조가 금메달을 차지하는 순간 이동수 코치가 뛰어들어가 선수들을 껴안았지만 김중수(48) 감독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뒤늦게 선수들의 손에 끌려 코트로 나온 김 감독은 이용대, 이효정과 차례로 포응한 뒤 담담하게 돌아서 나왔다.

   그리곤 시상식이 진행되는 동안 김 감독은 체육관 밖 주차장에서 일본대표팀 사령탑을 맡고 있는 박주봉 감독의 축하 인사를 받은 뒤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었다.

   담배를 끊은 지 10년이 넘었지만 큰 승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끔 한 대 씩 피곤 했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아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그만큼 마음 고생도 심했고 스트레스도 많았기 때문이다.

   김중수 감독은 국가대표 선수와 코치를 거쳐 2001년 대표팀 사령탑으로 발탁됐다.

   `효자 종목'으로 불리던 배드민턴이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노골드'의 치욕을 당한 뒤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섰던 대한배드민턴협회가 최적임자로 김 감독을 선택한 것이다.

   기대에 부응하듯 김 감독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 1개, 은 2개, 동메달 1개를 일궈냈고 이번 베이징에서도 금 1개, 은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해 배드민턴 강국의 이미지를 지켰다.

   역대 대표팀 감독 중 최고 성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배드민턴의 메달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과거 한국은 박주봉-김문수, 김동문-하태권, 김동문-라경민 등 확실한 '우승 보증수표'가 있었지만 베이징올림픽 대표팀은 역대 최약체라고 평가될 만큼 에이스가 보이지 않았다.


   그런 악재 속에도 평소 치밀하고 꼼꼼하기로 소문난 김 감독은 이번 대회를 철저히 준비했다.

   주심과 부심은 물론 라인선심의 배정순서를 하나 하나 따지며 불이익을 피해갔고, 심지어 경기장 에어컨 바람의 세기까지 측정하며 중국의 `장난'을 방지했다.

   그런 그였기에 12년만에 혼합복식 금메달, 12년만에 여자복식 은메달, 또 남자복식에서는 생각지도 않았던 이재진(밀양시청)-황지만(강남구청) 조의 동메달을 견인할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용대-이효정이 금메달을 따고 나자 "아마도 이번이 마지막 올림픽이 될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거취 문제는 한국에 돌아가서 협회 임원들과 최종 상의해야겠지만 이제는 지쳤다. 조금 쉬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지난 7년간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배드민턴 강국의 면모를 지켜 온 김중수 감독은 모든 것을 털고 당분간 휴식을 취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으나 `승부사'가 필요한 협회가 그를 선뜻 놓아줄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