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대표팀 코치 中 리마오 "난 당당한 매국노다"
'나는 당당한 매국노다!'
언뜻봐도 모순이 되는 말. 그러나 한국대표팀 선수단에 이런 인물이 있다.
바로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을 지도하고 있는 중국의 리마오 코치(50)다.
지난해 3월 한국 배드민턴 대표팀에 영입된 리마오 코치는 자신의 모국인 중국에서 열리는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의 금메달 획득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7일 베이징 푸지 배드민턴 클럽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조국인 중국에서 한국팀을 이끄는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나는 내가 가르친 선수들이 이기길 원한다. 한국 선수들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게 최고의 기쁨"이라고 말했다.
또 "한국 선수들이 중국과 금메달 경쟁을 해야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나는 프로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당당한 매국노인 셈이다.
그의 경력은 화려하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남자복식에서 4강에 올랐던 그는 1991년부터 10년간 중국 대표팀 남자단식 코치를 맡으며 세계최강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후 리융보 중국대표팀 감독과의 불화로 아시아 각국을 떠돌았고, 결국 지난해 한국대표팀에 정착했다.
리마오 코치는 순발력과 스피드를 향상시키기 위해 네트에 검은 천을 씌우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검은색 셔틀콕을 사용하는 독특한 훈련법을 도입했다. 이 훈련법 덕분에 남자단식에 출전하는 이현일과 박성환은 몰라보게 반사신경과 집중력이 좋아졌다.
김중수 대표팀 감독은 "리마오 코치는 남자단식의 기량향상에 일등공신일 뿐만 아니라 세계최강 중국 선수들의 정보를 모두 주고 있다"고 극찬한다.
중국의 한 기자는 "중국이 금메달을 노리는 남자단식에서 한국은 위협적인 존재다. 대표팀의 모든 것을 아는 리마오 코치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가족을 모두 항저우에 남겨둔 채 그동안 태릉선수촌에서 지냈다. 홀로 지내는 생활이 불편한 듯 하지만 한국에 대한 적응은 뛰어나다. 매운 것은 잘먹지 못하지만 삼겹살과 돼지불고기를 좋아한다.
선수들을 지도할 때 "좋아", "더 세게", "빨리" 등과 같은 간단한 한국어도 구사하는 그는 오늘도 선수지도와 비디오분석을 통해 한국 대표팀의 기량을 끌어올리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