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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배드민턴 사랑

배드민턴김기석 2008. 8. 9. 13:58

[일간스포츠 한용섭] 대한민국 배드민턴 대표팀은 베이징에 들어오자마자 외곽 인근의 사립 배드민턴 클럽을 빌렸습니다. 이 클럽은 한국의 볼링장, 탁구장, 당구장처럼 시간당 사용 요금을 받고 코트를 빌려주는 곳입니다. 코트가 정식 경기 규격이고 6개의 코트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도 작지 않더군요.

서울로 치면 시흥 정도에 위치한 이 클럽을 물어물어 찾아가보니(택시 기사도 위치를 잘 몰라 몇 번이나 클럽에 전화해 문의해야했지요 -_-) 다소 황량해 보이는 마을 구석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훈련 시간에 맞춰 클럽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놀랐습니다. 대표팀 선수들은 고작 13명, 코칭스태프까지 포함해도 20명 안팎입니다. 그런데 클럽 안 코트 주변에는 30여명의 중국인들이 둘러서 있었습니다. 때 이른 오전 10시에 말입니다. 클럽을 사용하는 배드민턴 동호인 또는 인근 동네 주민이었습니다.

한국의 배드민턴 선수들이 훈련을 왔다니까 구경을 하러 온 겁니다. 배드민턴 동호인들은 대표팀 훈련 탓에 코트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지만 전혀 불만스러운 표정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웃는 얼굴로 반겼고 캠코더로 촬영하는 사람도 있더군요.

1시간 가량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한 종목씩 순서대로 취재진과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때 인터뷰를 기다리며 쉬고 있는 선수들에게 훈련을 지켜보던 중국인들은 언제 들고 왔는지 카메라를 손에 쥐고 우르르 몰려들었습니다. 한 사람씩 차례로 우리 선수 옆에 가서 다소곳이 자세를 잡고 기념촬영을 하더군요. 남자 단식의 이현일, 박성환, 복식의 이용대, 정재성 등 대부분 선수들이 사진을 부탁받았습니다. 중국인들은 찍은 사진을 서로 보여주며 즐거워하기도…. 마치 선수와 팬들의 팬미팅, 포토타임 같은 분위기였죠.

대표팀 막내인 이용대는 "클럽에 들어오는데 이곳 사람들이 눈을 마주치며 씨익 웃어줬다"고 말하더군요. 이어 "국내에서 길거리를 가면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를 가면 사람들이 한번 더 돌아봐요."

중국은 배드민턴 5개의 금메달을 모두 노릴 정도로 배드민턴 강국입니다. 중국인들이 배드민턴을 좋아하고 많이 즐기기 때문에 강국이 된 것 일테죠. 클럽에서 본 중국인들은 우리 선수들을 자기네 선수들의 금메달 라이벌이 아닌, 세계적인 선수로 즐겁게 맞이하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더불어 우리야 말로 4년마다 한 번이 아니라 평소 좀더 우리 선수들에게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해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