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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마빡이는 엄살? 운동강도와 근육피로는 달라

배드민턴김기석 2007. 2. 15. 16:48

마빡이는 엄살?

 

-운동강도와 근육피로는 달라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기, 말타기~”

이 노래를 들으면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손으로 ‘마빡’을 때린다. 심지어 노래 가사 중 ‘망까기, 말타기’를 ‘마빡이, 마빡이’로 듣는다.

지난해 최고의 코미디 프로는 누가 뭐래도 ‘골목대장 마빡이’였다. 네 명의 출연자가 순서대로 등장해 여러 가지 몸동작을 하며 자신의 이마를 친다. 여러 ‘빡들’이 팔도 못 올릴 정도로 지쳐있을 때 가장 나중에 등장한 갈빡이가 여유를 부리며 개그를 한다. 가장 먼저 나온 마빡이가 아예 드러누우며 갈빡이를 말리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의미 없이 자신의 이마를 반복적으로 치는 동작이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웃음의 포인트는 멤버들의 지쳐가는 과정이다. 그럼 마빡이는 얼마나 힘들까? 혹시 연기를 하는 건 아닐까?

 

 

대빡이 동작, 힘드네~

 

‘마빡이 동작 중 어떤 동작이 가장 힘들까?’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여고생 세 명이 누가 오래 버티는지 실험한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인기다. 이 동영상은 광고에 등장하기도 했다. 실험에서는 얼빡이 동작을 한 여고생이 가장 오래 버텼지만, 사람마다 체력 조건이 다를 테니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래서 기자는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전문체육연구실 송홍선 박사의 도움을 받아 직접 4가지 동작의 운동강도를 알아봤다. 기자는 키 181cm에 몸무게 약 81kg의 신체 건강한 남성이다.

 

 

각 동작의 운동강도는 어떻게 측정할까. 보통 운동강도는 심박수와 산소섭취량이 각각 최대심박수와 최대산소섭취량에 얼마나 가까운가로 평가한다. 최대심박수는 1분간 심장이 뛸 수 있는 가장 높은 수치의 심박수(220-자기나이)로 정해진다. 최대산소섭취량은 1분당 섭취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몸무게로 나눈 값으로 성인 남자 평균이 44ml/kg·분이다.

기자는 갈빡이, 얼빡이, 대빡이, 마빡이 동작을 각각 10분간 취하며 산소섭취량과 심박수의 변화를 측정했다.

각 동작이 끝나고 휴식을 취해 평상시 산소섭취량과 심박수를 완전히 회복한 뒤 다음 동작을 실시했다.

 

가장 쉬워 보이는 갈빡이 동작은 역시 힘들지 않았다. 83회에서 시작한 심박수는 10분이 지나도록 100회를 넘지 않았고, 산소섭취량도 최대산소섭취량의 30%를 밑돌았다. 동작을 마치고 난 뒤 오히려 몸이 개운해진 느낌이었다.

마빡이와 얼빡이 동작은 운동강도가 비슷했다. 심박수는 두 동작 모두 110회 가량을 유지했고, 산소섭취량은 15ml/kg·분 정도로 최대산소섭취량의 40% 정도였다. 얼빡이 동작은 숨이 차지는 않았지만 팔을 계속 들고 있어서 뻐근한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방송처럼 힘들어 뒹굴 정도는 아니었다.

 

 

팔벌려뛰기와 비슷한 대빡이 동작은 군대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최고 심박수는 165회였고, 산소섭취량도 80%까지 올라갔다. 점차 숨이 차고 땀이 났으며 종아리가 당겼다.

젖산은 피로물질 아닌 에너지원

 

실험결과 전신을 사용하는 대빡이 동작에 비해 다른 동작은 신체의 일부만 움직여서 그런지 운동 강도가 그리 크지 않았다. 하지만 송 박사는 “심박수와 호흡량만으로 근육의 운동강도를 정확히 평가할 수 없다”며 실험 시작과 끝에 채취했던 혈액을 분석해 혈중젖산농도를 비교했다. 팔씨름을 할 때처럼 숨이 차지는 않아도 근육의 운동강도는 높을 수 있다.

 

 

젖산은 근육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만들 때 근육 속의 당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물질로 격렬한 운동을 하면 핏속의 젖산 농도가 높아진다. 동작을 시작하기 전 기자의 혈중젖산농도는 1.51mmol/L로 일반인 평균량인 1mmol/L에 비해 다소 높게 나왔다.

10분간 동작을 한 뒤 잰 젖산농도는 대빡이 동작(4.68mmol/L), 마빡이 동작(2.50mmol/L), 얼빡이 동작(2.05mmol/L), 갈빡이 동작(1.29mmol/L)순이었다. 심박수와 호흡량으로 본 운동강도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갈빡이 동작을 했을 때는 젖산농도가 왜 줄었을까. 아무리 쉬운 동작이라도 피로물질인 젖산이 쌓여야 정상 아닌가.

송 박사는 “젖산이 피로물질이라는 생각은 오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젖산은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당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물질로, 대부분 다시 에너지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며 “갈빡이 동작처럼 가벼운 유산소 운동을 하면 이전에 근육에 남아있던 젖산이 마저 분해돼 혈중젖산농도가 낮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금메달 일등공신은 젖산?

 

 

많은 사람들은 운동을 할 때 몸이 피로를 느끼는 이유를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분해되면서 생긴 젖산이 근육에 쌓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젖산이 근육의 조직 세포와 혈액을 산성화시켜 피로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송 박사는 “최근 연구에 따르면, ATP(아데노신삼인산, 생물의 활동에 직접 이용되는 에너지를 저장하는 물질)가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 인산이 근육을 산성화시켜 피로도를 높인다”고 설명했다.

젖산이 피로물질이 아니라는 증거는 여러 가지다. 운동을 하지 않고 과일만 먹어도 젖산 농도가 상승한다. 과일 속에 들어있는 과당을 30g 섭취하면 평소 1mmol/L였던 혈중 젖산 농도가 2mmol/L까지 올라간다. 또 운동을 하지 않아도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흥분하면 젖산수치가 높아지기도 한다. 하지만 과일을 먹거나 흥분한다고 해서 근육이 피곤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없다.

우리 몸은 끊임없이 젖산을 만들고 태워 젖산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한다. 운동강도를 급속하게 높이면 근육에 저장된 당이 분해되며 젖산이 만들어진다. 근육에 쌓인 젖산은 미토콘드리아로 이동해 에너지로 사용된다. 특히 오랜 시간 근육의 활동을 지속하는데 사용되는 지근과 심장의 벽을 이루는 근육인 심근에서 젖산을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경로가 최근 밝혀졌다.

송 박사는 “젖산농도를 운동 강도의 중요한 지표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짧은 시간동안 격렬한 운동을 할 때 사용하는 속근은 당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데, 이때 만들어진 젖산은 혈중젖산농도를 높인다. 예를 들어 육상 선수들은 기록이 좋을수록 400m달리기를 한 뒤 젖산농도가 높다. 젖산농도가 높을수록 당을 분해해 속근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많이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단거리 육상선수나 수영선수는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근육에 젖산을 최대한 축적시키는 ‘젖산내성훈련’을 한다. 빠르게 달리는 구간과 천천히 달리는 구간을 정해 되풀이하는 인터벌 트레이닝이 주로 사용하는 훈련법이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 MVP에 빛나는 박태환 선수는 젖산내성훈련의 효과를 본 대표적인 예다. 박 선수는 1500m가 주종목인 장거리 선수지만 훈련을 효과적으로 한 덕에 단거리에서도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다.

수영 200m 종목에서 2005년 전국체전 당시 젖산농도가 6.68mmol/L 였을 때 기록은 1분49초85였다. 2006년 6월 젖산농도가 9.55mmol/L로 높아지자 기록은 1분48초82로 좋아졌다. 결국 아시안 게임에서 주종목인 1500m에 이어 200m에서도 1분47초51로 아시아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땄다.

힘든 사람은 ‘대빡이’

 

모든 실험결과를 종합해 볼 때 대빡이 동작을 제외한 다른 동작들은 운동강도가 그리 높지 않았다. 하지만 송 박사는 “호흡량, 심박수, 혈중젖산농도가 운동강도의 척도는 될 수 있지만 근육이 느끼는 피로의 기준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근육이 실제로 느끼는 피로는 운동방식, 운동시간, 개인의 체력정도, 심리상태 등에 따라 달라진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대 로브손 앤슬리 박사는 오랜 시간 운동을 하면 몸속 신호전달분자인 ‘인터류킨-6’이 뇌에 신호를 보내 운동을 중단하거나 강도를 줄이도록 명령한다는 사실을 2004년 ‘뉴사이언티스트’에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장거리 육상선수나 사이클 선수가 지치는 이유는 근육의 피로 때문이라기보다 근육의 혹사를 막기 위한 뇌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말해 준다.

마빡이가 힘들어 뒹구는 것은 근육의 작용일까, 뇌의 작용일까? 마빡이가 엄살을 부리는 것이라고 해도 시청자들의 웃음은 약해지지 않을 것이다. 매주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려야 하는 뇌의 고통이 ‘마빡’을 치는 팔 근육의 고통에 못지않을 테니까.

 

 

| 글 ㆍ 안형준 기자 butnow@donga.com |

[ 기사제공 : 과학동아 2007년 1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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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사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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